다소 경직돼 있고 델 듯이 차갑게 느껴지던 이야기가 페이지를 넘겨 300쪽에 다다르자 점점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. 걸작이란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. 오히려 다 읽고 나니 이 이야기가 허구인지 진실인지 헷갈렸다. 꽉 들어찬 핏빛 밀알 같은, 수많은 삶을 앗아간 뒤 그 위에 다시 그려지는 비운의 역사처럼 숭고하고 열정적인 작품이다. 남녀 간의 사랑, 형벌, 권력 그리고 신이란 소재들이 작품 전반에 걸쳐 나온다. 특히 성경의 창세기 부분(성경을 읽어봐서 그런지 더 흥미로웠다)을 이용해 역설적으로 위신구의 죄인들을 억압하는 아이를 묘사한 점에 주목할만하다. 조지오웰의 1984를 읽고 느꼈던 막심한 공포가 옌롄커의 사서를 읽으면서 똑같이 느껴졌다. 다만 1984를 읽을 때 두려움의 대상은 허구적 세계관..